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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서 명  기나긴 하루
작성자  ○○○  조회 : 2498  작성일 : 2016-04-13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사회과학대 물류학과 1500515 백주희

[빨갱이 바이러스]는 읽기에 앞서 박완서 작가의 생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단편소설이다. 제목을 단순히 살펴본다면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떠오르지만, 이 단편은 오히려 그 이데올로기 갈등을 중심부에서 풀어나가기보다는 그 변두리에서 고통 받는 한명의 주인공과 어느 시대에도 어딘가에는 있을 법한 평범한 3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故 박완서 작가(1931~2011)는 6.25전쟁이 관통한 청년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관계와 자연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여성작가로 평가되곤 한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의 작가의 말을 빌어보자.

‘나는 역사의 장강을 관조하거나 꿰뚫을 역량이 부족하고, 다만 그 장강의 한 줄기가 내 개인사를 어떻게 할퀴고 지나갔나를 진술하는데 급급했다.’

이 고백과 상통하는 작가의 작품들은 대부분 그녀가 살아온 일생과도 같이 6.25세대의 여성 주인공, 그리고 대립 이념을 가졌다는 이유로 배척받는 남자 형제(혹은 가족)의 삶과 가족 구성원의 죽음이라는 공통적인 구조로 꾸려진다.

[빨갱이 바이러스]도 그와 똑닮은 짜임을 가졌지만 처음 글을 막 읽은 후 내가 기억할 수 있었던 건 전쟁의 아픔보다도 오히려 놀랄 만큼 집요하게 묘사된 글 속 인물들의 터부 혹은 고백들이었다. 글의 끝에 다다를 때까지도 정류장에서 만난 3명의 여성들 삶의 이야기들이 속사포같이 쏟아질 뿐, 유일하게 6.25전쟁의 여파를 지닌 채 살아가는 주인공은 자신의 속내를 끝에서야 비로소 짧게 독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목은 왜 [빨갱이 바이러스]인걸까. 주인공의 회상 속에 묘사되는 그녀의 어릴 적 고향은 38선이 가까이에 위치했지만 마치 그런 건 무엇인지 모른다는 듯 산 속에서 서로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인심 좋고 소박한 산골 마을이다.

넓은 대지위에 세워졌지만 접근이 어려운 덕에 6.25가 발발되기 전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주인공의 어릴 적 고향은 평화롭고 평온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꿈과 같은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6.25 가 발발하자 마을 안에서는 결국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배신과 불신이 하나 둘 점점 퍼져나간다. 결국 전쟁이 종결 될 무렵이지만 마을이 남한의 통치아래 놓이게 되자,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한계에 달한 ‘주인공의 아버지’는 집에 머무르고 있던 인민군 ‘삼촌’의 존재에 두려움과 분노를 느껴 결국엔 살해하고 만다. 깨지지 않을 것만 같던 평화가 머무르던 마을에는 마치 바이러스가 퍼지듯이 불신과 배신이 전염되고, ‘이념의 대립’이라는 시대적인 압박감에 결국 ―가족들을 도와왔음에도 그런― 삼촌을 살해하고만 ‘아버지’의 처절한 선택은 주인공의 뇌리에 남아 꼭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와도 같이 간헐적인 두통을 일으키는데 난 모든 암시가 [빨갱이 바이러스]라는 제목에 들어있었다고 판단한다.

구조적인 관점에서 [빨갱이 바이러스]는 임철우 작가의 [별어곡]이란 소설과도 유사한 짜임을 가지고 있다. 두 소설 모두, 지금도 그 자리에 여전히 존재하는 어떤 장소가 매개가 되어 등장인물들은 그 장소를 통해 자신의 과거로 기억을 거슬러 떠올린다. 그리고 그 기억 하나하나에는 시대가 관통한 뼈아픈 흔적과 주인공들의 고뇌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외에도 [별어곡]에 등장하는 ‘겨울-귀로’편의 주인공인 ‘할머니’’의 이야기는 일제 강점기 시절의 정신대라는 추악한 역사로 고통받은 ‘할머니’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역사에 의해 억압당한 삶은 어떤 아픔을 가지는가를 묘사한 점에서도 [빨갱이 바이러스]와 닮은점을 갖고 있다.

[빨갱이 바이러스]는 역사가 주는 아픔이 얼마나 무거운 짐을 한 사람의 어깨에 짊어지게 하는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게 해준 단편이었다. 평탄한 삶 속의 자신의 터부를 고백하고 다음 날 아침, 씻은 듯이 개운해진 세 명의 여성들과는 달리 주인공은 역사가 스치고 간 과거의 짐을 결국 터놓지 못할뿐더러 자신의 마음 속에 무겁게 간직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주인공의 선택을 소설 밖에서 바라본 나는 기억해야만 하는 역사가 있다는 것과 우리가 미래를 선택해야 할 순간이 온다면 이 기억을 다시 떠올려야만 한다는 것을 유념했다.

[역사란 무엇인가]란 책에 의하면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 하고 있다. 고등학생일 때 배운 국어책에 의하면 문학 또한 작가와 독자의 대화를 담은 것이라고 정의된다. [별어곡]과 마찬가지로 [빨갱이 바이러스]또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를 내포하고 있었다. 역사는 이처럼 작가를 통해 순환하여 다시 독자들에게 전달되곤 한다. 난 [빨갱이 바이러스]가 어렵지 않게, 작가를 통해 역사의 일부를 공유하고 스스로 사유해볼 수 있는, 실날같은 희망뿐이지만 그래도 이 빛이나마 있어서 괜찮다는 듯이 풀어두었던 어둡지만은 않은 단편이라고 사유한다. 6.25라는 시대와는 상관없이 즐겁고 천진난만하게 놀던 어릴 적의 뒷동산을 꿈꾸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지’란 작가의 탄식에, 누군가도 언젠가 힘들어도 마냥 행복했던 자신의 어릴 적을 함께 소중히 떠올리듯이 우리의 역사도 [빨갱이 바이러스]를 통해 작가가 넌지시 던지는 과거 이야기와 함께 누군가가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으로 나의 독후감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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