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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제 목	오빠가 돌아왔다
저 자	김영하	출판사	창비
출판년도	년
'오빠가 돌아왔다' 이 책에는 총 8개의 단편이야기가 실려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은 모두 어딘가 부족하고 현실로부터 외면당하면서도 그런 상황에 순응하며, 또는 자신의 욕망을 열정적으로 밀어붙이며 제각각 살아가고 있다.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보물섬'이였는데 여기서는 극단적으로 열정적인 인물인 형식과 극단적으로 냉소적이며 이성적인 재만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 이야기 속에서 두 명의 등장인물은 이데올로기와 화폐의 대립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형식과 재만은 대학시절, '역사연구회'라는 동아리에서 만났는데 사실 이 동아리는 말이 좋아 역사연구회지 그 내면을 잘 살펴보면 그냥 화염병을 제조하는 공장에 가까웠다. 그들처럼 정말 역사를 연구하는 곳인줄 알고 가입한 순진한 신입생들은 선배들의 말을 따라 함께 가두로 나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투쟁을 하거나 은근슬쩍 동아리를 빠지거나 하는 역사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재만은 후자의 경우였는데, 형식은 이 말만 역사연구회인 동아리에서 혼자 꿋꿋이 역사연구를 계속한다. 그러나 졸업을 한 뒤 형식은 난데없는 독자 가두투쟁을 시작한다. 그는 유독 광화문 네거리에 있는 충무공 이순신의 동상을 노려 동상의 목에 올가미를 걸거나 기어오르는 등의 행동을 자주 실천에 옮겼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 충무공동상은 사실 토요또미 히데요시의 동상이며 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일본의 사주를 받은 친일파들이 토요또미 히데요시의 얼굴을 이순신 장군상에 새겨넣었다는 것이였는데, 왼손잡이였던 토요또미 히데요시와 오른손으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이순신 장군을 대조해보면서 그의 의견을 내세운다. 그러던 중 몇년이 지나고 어느 겨울 새벽, 형식은 그토록 바라던 동상에 사다리 하나 없이 올라 태극기로 장군의 얼굴을 가리고 흔들어대다가 결국 끌려내려오고 만다. 그 후 형식은 가끔 동창모임의 술안주로나 등장하다가 몇년 후에는 완전히 화제에서 사라져버렸다. 재만은 증권시장에서 주식으로 짭잘한 수익을 벌어들이며 생활하고 있다가 업계 동업자들의 모임에서 형식을 만나게 된다. 어딘가 부적절해보이는 양복을 입고 그는 '보물선닷컴'이라는 회사의 이름과 그의 이름 앞에는 'CEO'라는 직함이 붙어있는 명함을 내밀며 보물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금괴 100여톤이 싣고 침몰해버린 배와 그 외 여러 배들을 거론하며 청상유수처럼 말을 흘려보낸다. 그에 앉아있던 멤버들은 이 보물선닷컴을 증자하고 광고를 내보내 자본을 끌여들인 다음 돈만 챙겨 나갈 생각으로 형식과 그의 사업을 추진시켜준다. 얼마되지않아 이 침몰한 금괴 운반선의 이야기는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고 기자들의 그럴듯한 이야기의 가미까지 곁들여져 주가는 수백 배나 상승하게 된다. 재만은 다른 멤버들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그 건설회사의 지분을 깨끗이 팔아치우고, 형식은 아무리 파헤쳐도 나오지않는 보물선때문에 초조한 얼굴을 하며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자신의 목표는 여전히 충무공동상이라고 밝힌다. 재만은 이미 자신의 지분을 팔아치웠다는 얘기를 꺼내지못하고 형식과 헤어진다. 그후 일주일만에 주가는 반토막이 나고 결국 보물선의 '꿈'은 '소동'으로, '소동'은 '사기극'으로 변질되고만다. 형식은 몰려드는 투자자들을 피해 도망을 치고 멤버들에게 도피자금을 대달라는 부탁을 하게되는데, 재만은 자신들에겐 아주 적은 금액으로 여겨지는 돈을 입금해주고서 우쭐대던 멤버들을 떠올리고 멤버 중에서 삼백만원이라는 최고액을 입금해준다. 그후 몇달간은 폭풍의 나날들이었다. 벤처붐이 지나간 자리는 폐허가 되었고 빌딩에는 빈 사무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는 일을 그만두기로 하고 아내와 해외여행을 떠난다. 꿈같은 나날을 보내고 비행기에서 내려 인천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받던 재만은 국정원에 끌려가게 되는데 여기서 형식이 기어이 충무공동상에 폭파테러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충무공동상 폭파테러사건의 용의자로 수배중인 형식과 관련된 진술을 털어놓게 되다가 그가 형식의 도피자금을 입금해줬다는 오해를 받고 결국 구속 수감되고 만다. 재만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은 모두 풀려났지만 그들 또한 언론의 추적을 따돌릴 수는 없었고, 잡히지 않는 형식대신에 그들이 주목받게 된다. 그로 인해 그들이 지금까지 벌여왔던 주가조작이 밝혀져 이들은 모두 구치소로 가게된다. 그후 충무공동상은 원형 그대로 복원되어 건립되었고 사람들은 충무공동상 폭파사건과 보물선 소동을 서서히 잊어간다. 어느날 새벽, 한 남자가 새로 지은 말끔한 모양의 충무공동상을 바라보며, 잡아탄 택시의 운전기사에게 말을 건넨다. "혹시 저 충무공동상의 모델이 토요또미 히데요시라는 얘기, 못 들으셨어요?" 기사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남자는 또 묻는다. "그럼, 충남 장항의 보물선 얘기는 혹시 못 들어보셨어요?" 택시기사는 이 질문에 요즘 세상에 보물선이 어딨냐면서 라디오의 볼륨을 서서히 높인다. 택시가 목적지에 도착하고 남자는 가방을 들고 인파 속으로 사라진다. 이 보물섬 이야기는 수록된 단편 이야기중에서도 가장 페이지 수가 많았고 역사와 관련된 내용이라서 그런지 흥미로웠다. 여기서 군산과 장항이라는 익숙한 지역 명이 나와서 더 집중이 잘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주가조작을 통해 한창 보물섬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뜨거울때 주식을 팔고 빠져나온 모임의 멤버들과 잠적해버린 형식의 모습을 보면 냉정한 자본가와 광적인 이념가 중에 전자가 큰 이득을 얻어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국엔 형식에게 도피자금은 제공해준 사람들이 줄줄이 걸려들었고, 보물선 사업을 둘러싼 사기행각은 낱낱이 밝혀지게 된다. 주가조작 모임의 멤버들은 모두 구속되지만 이와 반대로 형식은 경찰의 추적에도 불구하고 끝내 잡히지 않는다. 이를 보면 결국에 승리하는 것은 자본중심적인 가치관이 아니라 비현실적이고 터무니없더라도 실천하고야마는 열정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보물선 소동은 이러한 열정을 지극히 현실적인 자본주의자, 즉 냉소주의자들이 역으로 이용하고 부추길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여 조금 쓸쓸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보물선'이라는 요즘 사회와는 조금 동떨어지고 낯설어보이는 매개체를 통해 이를 믿고, 더 나아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직접 몸을 던져 행동하는 형식이 대단해보였다. 마지막에 형식은 자신과는 다른, 역사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어 섞이고 사라지고 말지만 나는 언젠가 그가 다시 충무공동상에 나타나 태극기를 흔들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빠가 돌아왔다』에 대한 서평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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