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운이라는 노래를 들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노래에는 "너는 자라 겨우 내가 되겠지"라는 가사가 있다.
맞다. 비행운이라는 노래는 비행운소설에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노래와 소설의 분위기가 일맥상통하다. 책을 읽으며 노래를 들으면 눈과 귀가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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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비(非)행운'
"힘든 건 불행이 아니라 행복을 기다리는게 지겨운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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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은 비행기가 남기고 간 구름같은 흔적이다. 소설에서 비행운은 여행비행기처럼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행복을 찾아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중의적 표헌으로 비(非) 행운으로 해석할 수 도 있다. 행운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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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안주할 정처를 마련하지 못한 이들은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종종 동경한다. 소설의 주인공들 또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동경했던 세계와 조우하지 못한 채 더 나쁜상황으로 전락하고 만다. 비행운과 비 행운 사이의 속절없는 거리에서, 작가 김애란은 우리 시대의 의미심장한 서사 단층을 마련하고, 감정적인 이야기 그물을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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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우리가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이다.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 30대 여성회사원, 택시운전사등.
그들은 보통 더 좋은 이상을 꿈꾸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진다. 우리는 주인공과 상황이 같지는 않지만 소설을 읽으며 무언가 불편한 것이 느껴진다. 그 이유는 우리 모두가 행운을 갈구하지만 도달할수 없는 현실의 답답함이 전해져서일지 모른다.
소설 비행운은 행복에 대한 욕망이 하염없이 지연되는 비(非)행운의 현실을 정직하게 성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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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마지막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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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나를 지나갔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
당신도 보았느냐고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지만
그것은 이미 그곳에 없다.
무언가 나를 지나갔는데 그게 먼지 몰라서 이름을 짓는다.
여러개의 문장을 길게 이어서
누구도 한 번에부를 수 없는 이름을.
기어코 다 부르고 난뒤에도 여전히 알 수 없어
한번더 불러보게 만드는 그런 이름을.
나는 그게 소설의 구실중 하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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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삶을 살고 있기는 하지만, 삶이 무엇인지 모른다. 우리는 사랑을 하지만, 사랑이 무엇인지 모른다.
소설은 그 무언가를 나열해준다. 개인적으로 외국번역본보다 한국문학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문장에서 느껴지는 함축적인 의미는 가려웠지만 어딘지 몰랐던 곳을 긁어준다. 마치 이름을 짓듯이 말이다.
간만에 좋은 책을 읽어 근사한 서평을 남기고 싶지만 문체가 따라주지 않는다.
올해의 마지막 서평이 될거같아 아쉬움이 크다. |